가족 변화를 읽는 출발점은 결혼 건수가 아니라 혼인신고 없이 같이 사는 가구를 세는 일입니다. 2025년 4~5월 25~49세 가치관 조사에서는 혼인신고를 기준으로 기혼을 정의하면 커플 가운데 비혼 동거 비율이 12.0%였습니다. 혼인 외 출생아 비율은 2018년 2.2%에서 2024년 5.8%로 올라왔습니다. 생활동반자 제도 찬성률은 한 조사에서 여성 68.1%, 남성 56.3%로 나왔지만 다른 조사에서는 반대가 61.8%로 집계됩니다. 같이 사는 사람은 늘고 있는데 이 관계를 무엇으로 부를지, 제도에서 어떡게 다룰지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목차
- 비혼 동거는 얼마나 늘었고 제도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 조사표를 만들다 보면 동거 가구가 사라집니다
- 숫자로 보면 어떤 변화가 보이나요?
- 법과 제도에서는 어디가 비어 있나요?
- 여론조사 결과는 왜 정반대로 나오나요?
- 다른 나라는 어떤 방식을 택했나요?
- 동거 가구가 실제로 겪는 불편
- 정책 선택지는 세 갈래입니다
- FAQ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가족 조사표를 설계해 본 사람이면 이 문제를 바로 알아차립니다. 혼인상태 문항은 보통 미혼, 기혼, 이혼, 사별의 네 가지입니다. 혼인신고 없이 5년을 함께 산 사람은 어디에 답해야 할까요. 대부분 미혼을 고릅니다. 그러면 통계상 그 가구는 1인 가구 두 개나 비친족 가구로 잡힙니다.
지난해 생활 실태 조사 설문을 검토하면서 이 문항을 고쳐 보려 했습니다. '사실상 배우자와 함께 거주'라는 선택지를 넣자는 제안이었는데 반대 의견이 나왔습니다. 과거 조사와 시계열이 끊긴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혼인상태 문항은 그대로 두고 가구원 관계 문항에 '동거 파트너' 항목을 추가하는 쪽으로 정리됐습니다.
이 경험에서 드러나는 것은 설계의 관성입니다. 통계의 공백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은폐해서 생기지 않습니다. 문항을 바꾸지 않으면 숫자가 나오지 않고 숫자가 없으면 정책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가치관 조사에서 비혼 동거 12.0%라는 숫자가 나온 것도 혼인신고 기준과 자기 인식 기준을 분리해 물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묻는지가 결과를 만듭니다.
같은 이유로 가구 통계도 실제와 어긋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각자 주민등록을 다른 곳에 두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월세 계약과 직장 통근, 청약 자격 때문에 주소를 나눠 두는 선택이 흔합니다. 이렇게 되면 행정 자료상으로는 1인 가구 둘이고 조사원이 방문해도 한쪽만 응답합니다. 생활 단위와 등록 단위가 어긋나는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 숫자로 보면 어떤 변화가 보이나요?지금까지 확인된 숫자를 모아 보면 방향은 한 쪽입니다.
| 지표 | 수치 | 비고 |
|---|---|---|
| 비혼 동거 비율 | 12.0% | 25~49세 커플 기준, 혼인신고로 기혼 정의 시 |
| 혼인 외 출생아 비율 | 5.8% (2024년) | 2018년 2.2%에서 상승 |
| 생활동반자 제도 찬성 | 여성 68.1% / 남성 56.3% | 19~69세 6,177명 조사 |
| 혼자 살고 싶다 | 여성 34.0% / 남성 23.1% | 함께 살고 싶은 사람 조사 |
| 배우자와 살고 싶다 | 여성 44.1% / 남성 58.8% | 같은 조사 |
성별 격차가 눈에 띕니다. 배우자와 살고 싶다는 응답에서 남성이 14.7%포인트 높고 혼자 살고 싶다는 응답에서는 여성이 10.9%포인트 높습니다. 같은 사회에서 남녀가 바라는 생활 형태가 다르게 움직입니다. 여성 쪽에서 반려동물이나 비혈연 관계를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응답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도 같은 흐름입니다.
혼인 외 출생아 비율 5.8%는 OECD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습니다. 다만 속도는 빠릅니다. 6년 만에 2.6배가 됐습니다. 출생 신고와 양육 과정에서 법적 부모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가구가 그만큼 늘었다고 볼수 있습니다.
## 법과 제도에서는 어디가 비어 있나요?동거 관계는 법률혼과 사실혼, 그리고 그 어느 쪽도 아닌 관계로 나뉩니다. 사실혼으로 인정되면 일부 보호를 받지만 그 인정은 분쟁이 생긴 뒤 법원이 판단합니다. 살아가는 동안 쓸 수 있는 증명서가 없습니다.
- 의료: 수술 동의서에 서명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문제가 됩니다. 응급 상황에서 보호자 확인을 요구받으면 함께 산 기간과 관계없이 설명을 처음부터 해야 합니다.
- 주택: 공공임대 입주 자격이나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혼인신고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차권 승계에서도 다툼이 생깁니다.
- 상속과 재산: 동거인은 법정상속인이 아닙니다. 유언이 없으면 함께 모은 재산도 상속 대상에서 빠집니다.
- 사회보험과 세제: 피부양자 등록, 연금 유족급여, 세액공제 기준이 대체로 가족관계등록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 돌봄과 장례: 가족돌봄휴가 사용이나 장례 절차에서 결정권자 확인이 막히는 일이 보고됩니다.
이 공백은 동거를 권장하거나 막는 문제와 다릅니다. 이미 그 형태로 살고 있는 가구가 의료와 주거에서 불이익을 겪습니다. 그 상황을 어떻게 다룰지가 문제입니다.
## 여론조사 결과는 왜 정반대로 나오나요?같은 주제에서 찬성 68.1%와 반대 61.8%가 함께 나옵니다. 조사가 잘못됐다고 결론 내리기 전에 문항을 봐야 합니다.
첫째는 묻는 대상의 차이입니다. '함께 사는 사람에게 의료와 주거에서 권한을 줄 필요가 있는가'를 물으면 찬성이 높게 나옵니다. '결혼하지 않은 관계를 가족으로 인정하는 법을 만드는 데 동의하는가'를 물으면 찬성이 내려갑니다. 구체적 권리와 제도 명칭은 반응이 다릅니다.
둘째는 설명 문구입니다. 생활동반자 제도를 '동거인에게 의료·장례 권한을 주는 제도'로 설명한 조사와 '혼인 외 관계를 가족으로 등록하는 제도'로 설명한 조사는 다른 숫자를 냅니다. 아동 인권 침해 우려를 함께 제시한 조사에서는 반대가 더 높게 나왔습니다.
셋째는 표본과 조사 주체입니다. 연령대 구성과 조사 기관의 성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여론을 읽을 때는 하나의 숫자를 고르는 대신 질문의 형태별로 나눠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지지와 반대가 겹치는 지점, 즉 의료 결정권과 장례 권한 같은 구체적 항목에서는 양쪽의 거리가 좁습니다. 이 편이 더 유용한 정보입니다.
## 다른 나라는 어떤 방식을 택했나요?제도 설계는 두 갈래입니다. 혼인과 별개의 등록 제도를 만드는 방식, 개별 법령에서 가족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입니다.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은 전자에 해당합니다. 두 사람이 등록하면 세제와 사회보장에서 일정한 지위를 얻고 해지 절차도 혼인보다 간단합니다. 도입 이후 등록 건수가 혼인 건수에 가까운 수준까지 늘었습니다. 독일과 영국도 등록 파트너십 제도를 운영해 왔습니다.
후자는 등록 제도를 새로 만들지 않고 의료법, 주택법, 사회보험 규정에서 '함께 거주하며 생계를 공유하는 사람'을 포함하는 방식입니다. 제도 신설에 따른 논쟁을 피할수 있지만 법령마다 기준이 달라 당사자가 매번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남습니다.
일본의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파트너십 증명 제도는 중간 형태입니다. 법률상 효력은 제한적이지만 지역 내 공공주택 신청과 병원 면회 같은 실무에서 쓰입니다. 전국 단위 합의가 어려울 때 지방에서 먼저 시작하는 경로입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일부 지자체가 조례로 가족의 범위를 넓히거나 1인 가구와 비친족 가구를 지원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다만 조례는 상위 법령의 범위를 넘을 수 없어 의료와 상속처럼 민법과 의료법이 정한 영역은 건드리지 못합니다. 지방의 시도가 쌓이면 전국 제도로 올라가는 경로가 열리지만 지금은 생활 서비스 수준에서 멈춰 있습니다.
## 동거 가구가 실제로 겪는 불편상담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반복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첫째는 병원입니다. 10년을 함께 산 사람이 중환자실에 들어갔는데 면회와 설명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례가 가장 자주 나옵니다. 의료기관은 분쟁 위험 때문에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고 현장 담당자가 유연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주거입니다. 두 사람이 모은 돈으로 전세 계약을 했는데 계약자 한 명이 사망하자 상속인인 형제가 보증금을 가져간 사례가 있습니다. 계약자 명의와 실제 자금 출처가 다를 때 동거인에게는 주장할 근거가 약합니다.
셋째는 양육입니다. 혼인 외 출생아 비율이 5.8%까지 올라온 지금 출생신고와 친권, 양육비 문제가 함께 등장합니다. 어린이집과 학교 서류에서 보호자 관계를 적어야 할 때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 사례들은 대부분 유언장, 공동명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임의후견 계약 같은 개인적 장치로 일부 보완됩니다. 실제로 동거 기간이 긴 가구는 이런 서류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모든 가구가 법률 정보에 접근할수 있는 것은 아니고 준비 비용도 듭니다. 제도의 공백을 개인의 준비로 메우는 구조가 격차를 만듭니다.
연령대에 따라 겪는 문제도 다릅니다. 20~30대 동거 가구는 주거와 금융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자금대출 조건, 청약 가점, 신혼부부 지원 사업이 모두 혼인신고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반면 중장년 이후 동거 가구에서는 의료와 돌봄, 장례가 전면에 나옵니다. 사별이나 이혼 뒤 재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선택은 상속 분쟁을 피하려는 판단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제도를 설계할 때 당사자의 선택 이유까지 봐야 합니다. 제도를 설계할 때는 당사자의 선택 이유까지 봐야 합니다.
## 정책 선택지는 세 갈래입니다첫 번째는 등록 제도 신설입니다. 혼인과 구분되는 관계 등록을 만들어 의료, 주거, 장례, 사회보험에서 일괄 지위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효과가 명확한 대신 가족 제도 변경이라는 쟁점이 정면으로 걸립니다.
두 번째는 개별 법령 개정입니다. 의료법의 보호자 범위, 공공주택 입주 자격, 가족돌봄휴가 대상 같은 항목을 하나씩 손보는 방식입니다. 합의를 얻기 쉽고 당장 효과가 생기지만 전체 그림이 늦게 완성됩니다.
세 번째는 통계와 조사 정비입니다. 가장 조용한 선택이지만 앞의 두 방식의 전제 조건입니다. 혼인상태 문항을 보완해 동거 가구를 셀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비친족 가구 안에서 생계를 공유하는 관계와 단순 룸메이트를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대상이 몇 가구인지 모르면 제도 설계도 예산 추계도 불가능합니다. 지금의 통계로는 지원이 필요한 가구와 단순 공동 거주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세 갈래는 서로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조사 정비로 규모를 확인하고 개별 법령으로 급한 불편을 줄입니다. 등록 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그 위에서 이어 가는 순서가 현실적입니다. 지금 가장 비어 있는 칸은 첫 번째가 아니라 세 번째 입니다.
## FAQ사실혼으로 인정받으면 법률혼과 같은 보호를 받나요?
일부만 같습니다. 재산분할 청구나 일부 사회보장에서는 인정되는 사례가 있지만 상속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 사실혼 인정은 분쟁이 생긴 뒤 법원이 판단하는 구조라서 평소에 쓸 수 있는 증명 수단이 되지 못합니다.동거 중인데 의료 상황을 대비하려면 무엇을 준비할까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각자 작성해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의료 대리 결정에 관한 의사를 문서로 남겨 두는 방식입니다. 임의후견 계약을 미리 체결해 두면 판단 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리 권한을 정해 둘 수 있습니다. 병원별로 요구 서류가 다르니 주로 이용하는 의료기관에 미리 확인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비친족 가구와 동거 가구는 같은 개념인가요?
다릅니다. 비친족 가구는 친족 관계가 아닌 둘 이상이 함께 사는 가구를 모두 포함해 룸메이트와 돌봄 관계까지 들어갑니다. 생계와 생활을 공유하는 파트너 관계는 그 안의 일부입니다. 통계를 읽을 때 둘을 섞으면 규모가 과대 추정됩니다.제도가 생기면 결혼이 줄어들까요?
프랑스처럼 등록 제도가 정착한 나라에서는 혼인이 줄고 등록 파트너십이 늘었습니다. 다만 출생률은 등록 제도 도입 이후에도 유지되거나 올라간 사례가 있어 결혼 건수와 출산을 같은 지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형태로 함께 사는지와 아이를 낳는지는 다른 결정입니다.출처
- '가족 밖'에서 '동반자' 찾는 여성들…반려동물·비혈연도 긍정.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6/10/04/20261004500066
- "혈연·결혼 아니어도 돼"… 가족보다 '동반자' 찾는 여성들.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6/10/05/20261005010009
- 조사연구 26권 4호 (2025. 11): 173-199. http://kasr.skyd.co.kr/survey_SR/26_4_7
- 결혼 안 해도 가족으로 인정?…국민 61.8% "생활동반자법 제정 반대". https://www.goodnews1.com/news/articleView.html?idxno=4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