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지는 사람들 곁에 오래 머물며 그들이 보는 세계를 기술하는 연구입니다
민족지(에스노그래피)는 한 집단의 생활 양식을 현장에서 오래 보고 들으며 체계적으로 기술하는 연구 방법이자, 그렇게 쓴 기록을 함께 부르는 말입니다. 현대 민족지의 방법을 정리한 말리노프스키는 1922년, 현장 연구의 최종 목표를 현지 사람들의 관점과 그들이 삶과 맺는 관계를 파악하고 그들이 보는 세계를 이해하는 일로 설명했습니다. 설문조사가 많은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 분포를 본다면, 민족지는 적은 사람을 깊이 만나 말과 행동이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지를 밝힙니다. 그래서 현장에 머무는 시간과 참여자의 동의, 기록을 다루는 방식이 연구의 질을 가릅니다.
민족지와 에스노그래피는 같은 말인가요?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에스노그래피(ethnography)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 민족지이고, 표준국어대사전은 민족지를 "여러 민족의 생활 양식 전반에 관한 내용을, 해당 자료를 수집하여 체계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풀이합니다. 이름에 민족이 들어 있지만 오늘날 연구 현장은 먼 섬마을에 머물지 않습니다. 영국사회인류학회(ASA)의 윤리 지침은 연구 현장인 공동체에 동네뿐 아니라 정부 기관과 병원 같은 조직, 난민이나 유목민처럼 옮겨 다니며 사는 집단까지 포함합니다. 회사의 회의실, 요양원의 식당, 온라인 모임도 민족지의 현장이 될 수 있습니다.
말리노프스키는 현장 연구의 원칙을 어떻게 정리했나요?
말리노프스키는 뉴기니 동쪽 트로브리안드 제도 사람들 곁에서 지낸 연구를 「서태평양의 항해자들(Argonauts of the Western Pacific)」로 펴내며 현장 연구의 기초를 세 가지로 묶었습니다. 연구자가 과학적인 목표를 갖출 것, 다른 백인들과 떨어져 현지 사람들 바로 곁에서 지낼 것, 증거를 모으고 다루고 기록하는 특별한 방법을 쓸 것입니다. 그는 매일 얼굴을 마주하자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에 더는 신경 쓰지 않게 되었고, 그 덕분에 다툼과 농담, 가족의 장면 같은 일상의 세부를 볼 수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자료는 세 갈래로 모으라고 권했습니다.
말리노프스키가 제시한 민족지 자료의 세 갈래(1922)
| 갈래 | 무엇을 담나 | 어떻게 모으나 |
|---|---|---|
| 사회의 뼈대 | 집단의 조직과 문화의 짜임 | 구체적이고 통계적인 기록 |
| 실제 생활의 헤아리기 어려운 부분 | 하루 일과, 음식을 준비하는 방식, 대화의 분위기, 우정과 반목 | 가까운 접촉에서 나온 세밀한 관찰과 민족지 일기 |
| 사람들의 말 | 특징적인 이야기, 전형적인 발언, 민담과 주문 | 사람들의 생각을 보여 주는 진술 모음 |
참여관찰과 현장 기록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참여관찰은 연구자가 사람들의 생활에 함께하며 행동과 관계를 보는 방법입니다. 말리노프스키는 연구자가 때로 카메라와 공책, 연필을 내려놓고 사람들의 놀이와 나들이, 대화에 직접 끼어 보라고 권했고, 관찰한 내용은 연구 기간 내내 민족지 일기로 꾸준히 남기라고 했습니다. ASA 지침은 참여관찰을 현장에서 적절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총체적인 방법으로 보고, 민족지 현장 연구가 길거나 짧게, 한 곳이나 여러 곳에서, 여러 번 오가며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록에서는 본 장면과 들은 말, 연구자의 해석을 나누어 적어야 나중에 해석의 근거를 되짚을 수 있습니다.
민족지 연구에서는 동의를 어떻게 받나요?
ASA 지침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자유롭게 주어진 정보에 입각한 동의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밝힙니다. 연구의 목적과 예상되는 결과, 연구비를 댄 곳, 자료의 쓰임, 이익과 불편, 자료 보관, 익명성의 한계를 알린 뒤 동의를 구하라는 것입니다. 연구가 끝나고 결과가 공개된 뒤에 받은 동의는 의미 있는 동의가 아니라고도 말합니다. 현장의 사정에 따라 동의를 받는 방식은 달라집니다.
ASA 윤리 지침이 설명하는 동의의 방식(2021)
| 상황 | 동의를 받는 방식 |
|---|---|
| 일반적인 참여 | 목적·자료의 쓰임·위험·익명성의 한계를 알린 뒤 받는 정보에 입각한 동의 |
| 서명이 오히려 의심을 부르는 공동체 | 정보에 입각한 구두 동의 |
| 아동·청소년, 글을 읽기 어려운 참여자 | 가족이나 돌보는 사람 등과 함께 논의하는 대리 동의 |
| 지역 대표나 기관을 거쳐 들어간 현장 | 대표의 허락 뒤에도 참여자 본인에게 직접 받는 동의 |
| 촬영과 사진 | 드러내 놓고 찍고, 가능하면 사람마다 받는 동의 |
이름과 기록은 어떻게 보호하나요?
민족지는 한 사람의 생활이 가까이 담기는 기록이라 보호가 중요합니다. ASA 지침은 연구 참여자가 익명으로 남을 권리를 가진다고 밝히고, 식별 정보를 지우고 가명을 쓰는 방법을 권합니다. 동시에 현장 노트나 출판물에서 신원을 완전히 감추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를 참여자에게 미리 알리라고 합니다. 몰래 하는 연구는 존재를 드러내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극히 적대적인 환경에서만 드물게 받아들여진다고 선을 긋습니다.
한국인류사회연구원은 민족지 방법을 어떻게 쓰나요?
한국인류사회연구원은 심층 인터뷰와 참여관찰로 가족과 직장, 지역사회의 생활을 조사합니다. 2021년 10월 일상생활과 사회적 관계를 주제로 첫 현장 조사를 열었고, 현장 기록과 사례 연구는 발행물 '삶의 현장'으로 이어집니다. 참여자의 권리 보호는 연구원의 운영 원칙이며, 기록은 동의 범위와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한 자료 관리체계로 관리합니다. 연구원이 어떤 원칙 위에서 일하는지는 한국인류사회연구원 소개에서, 민족지와 통계를 함께 쓰는 방식은 인류학·사회학 연구 방법에서, 참여자가 알아 둘 내용은 연구 참여자 권리에서 확인해 보세요. 현지 사람의 눈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는 문화상대주의란 무엇이고, 어디까지 존중해야 할까요?와, 많은 사람의 응답을 숫자로 읽는 방법은 여론조사의 표본오차와 신뢰수준은 어떻게 읽을까요?와 함께 읽어 보세요.
민족지 자주 묻는 질문
민족지를 쓰려면 현장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야 하나요?
정해진 기간은 없습니다. ASA 지침은 참여관찰에 적절한 현장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면서, 현장 연구가 길거나 짧게, 한 곳이나 여러 곳에서, 여러 번 오가며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연구자가 신분을 숨기고 관찰해도 되나요?
ASA 지침은 연구자가 스스로 연구자임을 밝히도록 하고, 몰래 하는 연구는 존재가 드러나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극히 적대적인 환경에서만 드물게 받아들여진다고 밝힙니다.
서명을 받지 않고 말로 동의를 받아도 되나요?
서명 요구가 오히려 의심을 부르는 공동체에서는 정보에 입각한 구두 동의가 적절하다고 ASA 지침은 설명합니다. 이때도 목적과 자료의 쓰임을 알리는 일은 같습니다.
몇 사람을 깊이 만난 결과를 사회 전체에 적용할 수 있나요?
민족지는 경험의 깊이와 맥락을 보여 주는 연구라서, 그 경험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는 설문과 통계로 따로 확인합니다. 두 자료를 함께 읽으면 해석이 단단해집니다.
촬영이나 녹음은 어떻게 하나요?
ASA 지침은 촬영을 드러내 놓고 하고 가능하면 사람마다 동의를 받으라고 권합니다. 동의를 받기 어려우면 공개할 때 신원이나 안전을 해치지 않게 편집하라고 합니다.
출처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민족지」.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민족지
- Bronisław Malinowski, 「Argonauts of the Western Pacific」, 1922. https://www.gutenberg.org/ebooks/55822
- Association of Social Anthropologists of the UK, 「Ethical Guidelines 2021 for good research practice」, 2021. https://www.theasa.org/downloads/ethics/asa_ethicsgl_2021.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