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 상승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열 명 중 여섯 명 가까이가 어렵다고 답합니다. 2025년 사회조사에서 19세 이상 인구의 57.7%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했습니다. 2년 전보다 1.9%포인트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을 넘습니다. 같은 시기 소득 지표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1년 사이 소득이 늘어 소득분위가 올라간 사람의 비율은 17%로 2017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인식과 실제가 함께 내려앉아 있다는 점이 이 숫자들의 공통점입니다.
목차
- 같은 질문을 10년 치로 늘어놓으면
- 중층 61.6%, 그런데 왜 상승은 어렵다고 할까
- 세대 내 이동과 세대 간 이동은 다르게 읽힙니다
- 인식 조사는 무엇을 재고 무엇을 놓치나
- 소득 이동 17%라는 숫자의 맥락
- 이 통계를 읽을 때 유의할 네 가지
- FAQ
- 같이 읽으면 좋은 것들
연구소에서 사회이동가능성 인식 문항을 연도별로 정리해 본 적이 있습니다. 작업 자체는 단순했습니다. 통계청 사회조사의 동일 문항을 연도별로 뽑아 선으로 잇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을 그려 놓고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예상과 다른 모양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가정했던 그림은 완만한 하강선이었습니다. 경기와 부동산 가격, 청년 고용 지표를 생각하면 인식도 꾸준히 나빠졌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 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낮은 구간에 오래 머물러 있다가 몇 년에 한 번씩 소폭 오르내리는 모양이었습니다. 2025년 조사에서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이 2년 전보다 1.9%포인트 내려간 것도 그런 미세한 움직임 가운데 하나입니다.
응답자 집단별 차이가 더 눈에 띄었습니다. 스스로를 하층이라고 답한 사람일수록 상승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지위에 대한 현재 인식과 미래 전망이 같은 방향으로 묶여 있다는 뜻입니다. 이 묶임 때문에 통계 해석이 어려워집니다. 전망이 나빠서 현재를 낮게 보는 것인지, 현재가 낮아서 전망을 접은 것인지 조사만으로는 가르기 어렵습니다. 두 방향이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일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습니다.
인터뷰에서 들은 말 하나가 오래 남았습니다. 서른여덟 살 직장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라갈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계산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불가능하다는 말과 다른 결의 대답이었습니다. 사다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한 칸의 높이가 달라졌다는 이야기에 가까웠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20년을 일해도 집값이 더 빨리 오르면 거리는 그대로이거나 멀어집니다. 이동 가능성 문항에 답할 때 사람들은 임금 상승률보다 이 거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 중층 61.6%, 그런데 왜 상승은 어렵다고 할까주관적 계층의식을 보면 자신을 중층이라고 답한 비율이 61.6%입니다. 2년 전보다 2.7%포인트 올랐습니다. 하층이라는 응답은 34.6%, 상층은 3.8%였습니다. 중층 비중이 늘었는데 상승 가능성 전망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언뜻 모순처럼 보입니다.
두 문항이 재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계층의식은 지금 내 자리에 대한 상대적 판단입니다. 주변과 비교해 특별히 못 살지는 않는다는 감각이 중층 응답으로 나옵니다. 반면 이동 가능성 문항은 시간을 끌어들입니다. 지금 자리에서 위로 올라설 수 있느냐를 묻습니다. 자리에 대한 만족과 이동에 대한 기대는 따로 움직입니다.
| 문항 | 측정 대상 | 2025년 주요 수치 |
|---|---|---|
| 주관적 계층의식 | 현재 위치 인식 | 중층 61.6%, 하층 34.6%, 상층 3.8% |
| 본인 세대 상승 가능성 | 세대 내 이동 전망 | 낮다 57.7% |
| 자식 세대 상승 가능성 | 세대 간 이동 전망 | 세대 내보다 다소 높게 응답 |
이 구조는 다른 나라 조사에서도 관찰됩니다. 다만 한국은 중층 응답 비율이 높은 편인데 이동 전망은 낮은 편이라는 조합이 두드러집니다. 자리는 나쁘지 않은데 움직이지 않는다는 감각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고 읽을수 있습니다.
중층 응답이 늘어난 배경도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득이 올라서일 수도 있고 비교 대상이 좁아져서일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주로 교류하면 자기 위치를 가운데로 놓기 쉬워집니다. 비교 범위가 좁아지면 계층의식 조사는 소득 분포와 어긋나기 쉽습니다.
## 세대 내 이동과 세대 간 이동은 다르게 읽힙니다사회이동을 묻는 문항은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내 일생 안에서 지위가 바뀔 가능성(세대 내 이동)이고 다른 하나는 자식 세대가 나보다 올라갈 가능성(세대 간 이동)입니다.
한국은 두 문항 모두 비관적인 편인데 세대 내 쪽이 특히 낮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세대 내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본 비율은 27.2%, 세대 간은 30.3%였습니다. 자신보다 자식 쪽에 조금 더 여지를 둡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시간의 길이입니다. 내 남은 경력은 20~30년이지만 자식의 생애는 그보다 훨씬 깁니다. 길면 변수가 늘어납니다. 심리적 거리도 작용합니다. 자기 전망에는 이미 겪은 실패가 반영되지만 자식 전망에는 기대가 섞입니다.
다만 이 격차는 좁아지는 추세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자식 세대의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응답이 과반을 넘긴 조사 결과도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기대를 걸던 자리까지 전망이 내려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세대 간 이동에 대한 기대는 교육 투자나 출산 결정 같은 장기 선택과 연결됩니다. 자식 세대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약해지면 그 선택들의 전제가 흔들립니다. 그래서 인구 지표와 사회이동 인식을 같이 놓고 보는 연구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 인식 조사는 무엇을 재고 무엇을 놓치나여기서 한 번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회이동가능성 인식은 실제 이동률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느낀다는 사실을 재는 지표입니다. 둘은 같이 움직일 때도 있고 어긋날 때도 있습니다.
어긋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렇습니다. 실제 이동은 비슷한데 비교 대상이 달라지면 인식은 나빠집니다. 소셜미디어로 상위 계층의 생활이 일상적으로 노출되면 같은 자리에 있어도 격차가 크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실제 이동이 줄어도 주변 모두가 비슷하게 어려우면 인식 악화가 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식 조사는 다른 지표와 함께 봐야 합니다. 같이 놓을 것이 셋입니다.
- 소득분위 이동률 같은 행정자료 기반 실측 지표
- 교육·직업 경로에서 나타나는 세대 간 상관 (부모 학력·직업과 자녀 결과의 연관 정도)
- 자산 이동 지표 (소득만으로는 자산 격차가 잡히지 않습니다)
인식과 실측이 같은 방향이면 해석이 쉬워집니다. 2025년이 그런 경우에 가깝습니다. 인식도 낮고 실제 이동률도 낮게 나왔습니다. 두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는 체감이 과장됐다는 설명을 꺼내기 어려워집니다. 정책 논의에서 인식 개선 캠페인보다 조건 변화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소득 이동 17%라는 숫자의 맥락1년 사이 소득이 늘어 소득분위가 올라간 사람의 비율이 17%로 집계됐습니다. 2017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저소득층이 중·고소득층으로 올라가는 흐름도 3년 연속 둔화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이 숫자를 읽을 때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소득분위 이동은 1년 단위 변화입니다. 승진이나 이직, 가구원의 취업처럼 비교적 짧은 주기의 사건이 반영됩니다. 반대로 장기적인 계층 이동은 교육과 자산, 결혼을 거쳐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납니다. 두 지표가 측정하는 시간 단위가 다릅니다.
그럼에도 17%가 의미를 갖는 것은 방향성 때문입니다. 짧은 주기의 이동마저 줄어들고 있다면 긴 주기의 이동이 활발해질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특히 저소득 구간에서 위로 올라가는 비율이 둔화된 점이 그렇습니다. 사다리의 첫 칸이 높아지면 그 위의 칸들은 세어 볼 기회조차 생기지 않습니다.
여기에 하향 이동을 덧붙여야 합니다. 이동성 논의는 올라가는 쪽에 집중되지만 내려가는 흐름도 같이 봐야 전체 그림이 나옵니다. 질병이나 실직, 돌봄 부담으로 소득분위가 내려가는 경우가 적지 안습니다. 상향 이동이 줄고 하향 위험이 유지되면 체감 불안은 수치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 지표 | 성격 | 시간 단위 | 최근 흐름 |
|---|---|---|---|
| 사회이동가능성 인식 | 주관 | 전망 | 상승 어렵다 57.7% |
| 주관적 계층의식 | 주관 | 현재 | 중층 61.6% |
| 소득분위 상향 이동률 | 실측 | 1년 | 17%, 작성 이후 최저 |
| 세대 간 교육·직업 상관 | 실측 | 수십 년 | 별도 연구 필요 |
1단계 — 문항 그대로를 확인합니다
같은 사회이동 통계라도 본인 세대인지 자식 세대인지, 높다인지 낮다인지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기사 제목만 보고 비교하면 다른 문항을 나란히 놓게 됩니다. 원자료의 문항 문구를 한 번은 보시기를 권합니다.
2단계 — 응답 선택지 구성을 봅니다
보통 매우 높다·비교적 높다·비교적 낮다·매우 낮다·모르겠다로 구성됩니다. 모르겠다를 제외하고 계산하는지 포함하는지에 따라 비율이 바뀝니다. 연도 간 비교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3단계 — 집단별로 쪼개 봅니다
전체 평균은 격차를 지웁니다. 소득계층별, 연령별, 지역별로 나누면 같은 57.7% 안에 전혀 다른 분포가 들어 있습니다. 하층 응답자의 비관이 평균을 끌어내리는 구조일 수도 있고 전 계층이 고르게 낮을 수도 있습니다. 둘은 정책 함의가 다릅니다.
4단계 — 실측 지표와 짝지어 봅니다
인식 지표 하나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소득분위 이동률, 자산 분포, 교육 성취의 세대 간 상관을 함께 놓아야 그 동안 무엇이 실제로 바뀌었는지 보입니다.
이 네 단계를 거치면 숫자 하나로 결론을 내리는 일이 줄어듭니다. 사회이동 통계는 사회의 체온계에 가깝습니다. 몇 도인지보다 어느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지가 더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그래서 한 해의 수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같은 문항을 10년 단위로 이어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보면 57.7%라는 숫자도 한 점이 아니라 선의 일부로 읽을 수 있습니다.
## FAQ사회이동가능성 인식은 어디서 조사하나요?
통계청이 2년 주기로 실시하는 사회조사에서 다룹니다. 19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본인 세대와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을 각각 묻습니다. 복지·사회참여·문화 등 부문은 해마다 번갈아 들어갑니다. 같은 문항을 비교하려면 해당 부문이 포함된 연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중층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으면 중산층이 두터운 건가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주관적 계층의식은 응답자 스스로의 판단이고 중산층 규모는 보통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 구간으로 정의하는 객관 지표입니다. 두 수치는 자주 어긋납니다. 소득 기준으로 중산층에 속해도 스스로를 하층으로 답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주거비 부담이나 비교 대상에 따라 체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소득분위가 올라갔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요?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 세워 다섯 또는 열 구간으로 나눕니다. 그런 다음 1년 전과 비교해 더 위 구간으로 옮겨 간 경우를 말합니다. 절대 소득이 늘어도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늘면 분위는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상대적 위치의 변화를 보는 지표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은 어느 정도인가요?
인식 지표는 문항 설계와 문화적 응답 경향이 달라 직접 비교가 조심스럽습니다. 비교하려면 동일 설문을 여러 나라에서 돌린 국제 조사를 써야 합니다. 실측 쪽에서는 세대 간 소득 탄력성 같은 지표가 국제 비교에 쓰입니다. 이 경우에도 자료 연도와 산출 방식을 맞춰야 의미 있는 비교가 됩니다.
인식이 나빠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노력의 보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 장기 투자를 줄이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교육·직업 선택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사회적 신뢰와 제도 신뢰에도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다만 인과 방향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식이 행동을 바꾸는 경로와 실제 조건이 인식을 만든 경로가 함께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2025년 사회조사 결과 (통계청 / KDI 경제정보센터 자료실).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73247
- 사회이동가능성 인식 — 국가지표체계(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273
- 상위 계층으로 이동한 국민 17%뿐 … '富의 사다리' 더 가팔라졌다 (뉴데일리경제).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5/10/27/2025102700203.html
- 국민 절반 이상 "자식세대 계층 상승 가능성 낮다" (매일신문). https://www.imaeil.com/page/view/2023110814362966588
- 청년층의 주관적 계층인식과 계층이동인식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보건사회연구 42(4), 2022). https://www.kihasa.re.kr/hswr/assets/pdf/1380/journal-42-4-326.pdf